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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토드 스트라처), 나는 공부를 못해(야마다 에이미)

우리 안의 파시즘, 자유로와야 한다는 강박


독서 모임에서 선정하여 읽은 두 책이 우연히(?) 내 과거와 겹쳐 연결되었다. 사실 책을 추천할 때에 두 개의 책이 이어진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다시 읽어보고, 정리하고 나니 내 과거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상되니 신비하기도 하다.

1960년대에 듀이 씨의 영향을 받은 미국 고등학교에서의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쓴 소설 ‘파도’는 나치즘과 같은 파시즘이 얼마나 우리 마음 속에 쉽게 파고 들어오는지 느끼게 해 주었다. 나도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우익 파시즘에 깊이 빠져 들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감명 깊게 읽은 책 중에 히틀러가 쓴 ‘나의 투쟁’이 있었고, 전 세계를 지배했던(?) 한민족의 화려한 과거를 창작해 낸 환단고기 류의 책들이 있었다. 그런 책들의 영향을 받은 나는 국가의 이름 아래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강한 나라를 만들어 세계를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동경했고, 그런 미래가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고 3때 열린 서울올림픽에서 세계 10위의 강대국이 된 한국을 보고 감격에 빠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학에 가니 학교가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여러 가지 사회적 진실을 알게 되었고, 이번에는 좌익 파시즘에 빠져들었다. 일체의 반항을 용납하지 말고, 승리를 향한 진군만을 외치던 학생 운동 선두에 나는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식의 학생 운동은 점점 고립되어 갔고, 정예화된 소수만을 남기게 되었고, 나는 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교사로 발령받아 교단에 선 나는 하나된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학급을 내가 옳다고 믿었던 하나의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수업 방식도 잘 통제된 강의식 수업을 즐겼고, 세상 모든 문제는 단 하나만의 정답을 가지고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나와 다른 의견을 틀린 의견으로 여기며 살아갔다. 이 때까지 나는 파시스트였다.

하지만 우습게도 좌익이건 우익이건 파시즘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게 된 계기는 군대였다. 교사 생활하다가 군대를 갔고, 집단주의가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모든 사람을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 세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느끼게 되었고, 집단과 별도로 존재하는 개인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물론 군대 제대하기 전까지 그런 생각을 실천할 수는 없었다.

군대를 마친 후 복직하여 선 교단에서 전과 다른 고민들을 하게 되었다.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수업에 녹여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고,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이게 되었다. 이 당시의 나는 자유로와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 동안 학교에서 상당히 튀는 교사가 되어버렸다. 복장도 일부러 자유롭고 편한 복장만 고집했고, 방학 동안 진행하던 보충수업에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기도 했고, 머리 염색을 싫어했음에도 앞머리를 흰색으로 부분염색하고 출근했다가 교장실에 불려가기도 하였다. 하지만 고정관념에서 집단주의에서 자유로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나는 자유롭지 못했다. 행복하지 않았다.

나는 왜 즐겁게 살지 못할까란 생각에 빠져 있던 시기에 하루끼를 읽었다. 하루끼의 세계는 즐거워 보였다. 나도 그 때부터 조금씩 몸에 힘을 뺄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다 풀린 건 아니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흠 독서 감상이 자서전이 되어버렸다. 이거 내놓기가 조금 창피하기도 하다. 하지만 다시 쓸 의욕은 없으니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글 그냥 마친다.

덧 : 다음 도서로 가난함을 즐기는 가난뱅이 전문가 마쓰모토 하지메의 책 ‘가난뱅이의 역습’을 추천합니다.

by 루디안 | 2009/05/08 10:29 | 독서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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