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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의 법칙 - 싱글즈 The 40대!!
관능의 법칙 - 싱글즈 그 뒤 10년 후 이야기
(내용 누설 있으니 조심하세요.)

30대에 정말 좋아했던 영화 중에 하나로 싱글즈를 꼽는다.
싱글즈를 만들었던 권칠인 감독이 다시 싱글즈의 엄정화와 함께 만든 영화이다. 싱글즈의 동미와 나난을 통해 매력적인 30살의 이야기를 만들었던 감독이 40대의 여성들 이야기를 성적인 코드를 '살짝' 집어넣어 만들어냈다. 능력있고 당당했던 커리어우먼인싱글즈의 동미(엄정화)가 10살을 더 먹었다면 관능의 법칙의 신혜(엄정화)가 되어 있을 것 같다. 나난(장진영)은 해영(조민수)과 미연(문소리)으로 변화한 것 같고... 여성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고 그 나이에 어울리는 고민과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 구성은 이 영화가 싱글즈 2탄이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직장과 사랑이 얽히면서 힘들어 하는 신혜는 자신이 도와주던 남친에게 차이고 연하남이 접근하니 자신이 이용당하는 건 아닐까 고민하지만 결국 해피엔드. 남편과의 관계에 집착하는 미연은 남편의 비아그라 복용에 충격을 받고 바람피는 현장을 잡고, 클럽에서 젊은 남자가 따라오자 기뻐하지만 그 남자는 퍽치기범, 꼬이는 인생 같았지만 결국은 남편의 항복을 받는다. 해영은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 줄 남자를 만나게 된다. 매력있는 여자들이 맞는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 해영의 이야기는 웃음도 주지만 사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뱃살보다 더 싫은 걸 평생 달고 살게 됐어요"라는 대사에 가슴이 찡했다.

노출이 아니라 싱글즈를 이야기했다면 홍보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나난과 동미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으니까! 노출 장면은 영화 전반부에 몰려 있고 후반부가 감독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였던 것 같다. 노출 수위도 그다지 강하지는 않고.

덧 내가 젊을 때 좋아했던 영화를 다시 떠올리게 해주었다. 베드신말고 세 여자의 이야기를 들으러 많은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 그럼 싱글즈의 50대 버전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by 루디안 | 2014/02/13 23:59 | 트랙백
설익은 밥을 먹다(공지영씨의 도가니)

설익은 밥 - 도가니


소설 속 중심사건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 없다. 실화이고 분노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 읽는 동안 계속 답답하고, 주변 현실을 보니 더 답답해지는 소설.

거기에 답답함을 더한 것은 작위적인 인물 설정이었다. 외지=서울에서 흘러와 잘못된 현실에 분노하고 사건에 휩쓸리나 결국 떠나갈 수밖에 없는 주인공, 처음부터 무진을 떠나기 위해 찾아 온 그는 무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리액션만 보여주다가 결국 사라지고 만다. 스스로 일을 만들지도 못하는 이방인, 도덕적이지도 않고 흠도 있는 소시민이었던 그는 교사로서 한 일도 없다. 그가 한 일은 인간으로 살고자 했던 것뿐이다. 아무것도 아닌 그 작은 울림에도 고마워하는 남겨진 자들을 보며 답답했다. ‘석양의 무법자’ 셰인은 최소한 악당은 확실히 죽여주고 떠났다. 누구처럼 ‘악당과 싸워야 해’라고 말하고 떠나가 버리지는 않았다. 혹, 공지영 나름의 노무현에 대한 추모인가?

그리고 항상 옳기만 했던 선배, 지금도 옳은 일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비현실적 인물이 등장한다. 전화로 사건을 알려 줄 때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라며 노련하고 경험 많은 인권운동가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시청·교육청에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초보 사회활동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게다가, 남자도 받는 가족이라는 억압이 그녀에게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나도 애 때문에 힘들어’라는 것을 강요하듯 갑자기 튀어 나온 에피소드 하나만 제외하면 그는 가정에서 자유로운 인물이다. 혹 이제 우리나라는 남자만 가부장제의 노예가 되어 있다고 작가가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인물 설정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따른 이야기도 만들어 놓았지만 제대로 구성을 맞추지 못한 작가의 설익음이 보인다. 게다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도 보인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다시 보여 준다. 윤수가 굳이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일 필요가 없었듯이, 항상 옳은 일만 하는 선배(=사회 운동 세력?)가 늦더라도 꼭 달려오는 후배(=국민들?)를 향한 사랑을 보여 주는 교훈적 결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심리적으로 충격이 큰 소재일수록 작가는 소화를 잘 시킨 후에 글로 써야 한다. 소설은 즉시성을 요구하는 신문기사나 르포가 아니며, 현재에 유의미한 과거의 사건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더더욱 자신의 속으로 녹여내어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빨간 적미로 지은 설익은 밥을 고프지도 않는 배 속에 억지로 집어넣은 듯하다. 다만, 공지영이 과거에 밥을 잘 지었던 걸 기억하기에 한 번 더 다음 밥상을 기대하련다.

by 루디안 | 2009/11/26 14:00 | 독서 | 트랙백
봉하 마을에 가보고 싶었는데.... 노통이 먼저 가셨군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합니다.

대통령 얼굴 보러 봉하마을 한 번 가고 싶었습니다.

대통령 노무현은 별로 안 좋아했지만, 바보 노무현, 봉하거사 노무현을 좋아했던 사람으로 슬프네요...

오늘 아침부터 아무런 일도 되지 않습니다...

다음 생에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님이 하려고 했던 것들 다음 생에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by 루디안 | 2009/05/24 00:36 | 흔적 | 트랙백
파도(토드 스트라처), 나는 공부를 못해(야마다 에이미)

우리 안의 파시즘, 자유로와야 한다는 강박


독서 모임에서 선정하여 읽은 두 책이 우연히(?) 내 과거와 겹쳐 연결되었다. 사실 책을 추천할 때에 두 개의 책이 이어진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다시 읽어보고, 정리하고 나니 내 과거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상되니 신비하기도 하다.

1960년대에 듀이 씨의 영향을 받은 미국 고등학교에서의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쓴 소설 ‘파도’는 나치즘과 같은 파시즘이 얼마나 우리 마음 속에 쉽게 파고 들어오는지 느끼게 해 주었다. 나도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우익 파시즘에 깊이 빠져 들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감명 깊게 읽은 책 중에 히틀러가 쓴 ‘나의 투쟁’이 있었고, 전 세계를 지배했던(?) 한민족의 화려한 과거를 창작해 낸 환단고기 류의 책들이 있었다. 그런 책들의 영향을 받은 나는 국가의 이름 아래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강한 나라를 만들어 세계를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동경했고, 그런 미래가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고 3때 열린 서울올림픽에서 세계 10위의 강대국이 된 한국을 보고 감격에 빠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학에 가니 학교가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여러 가지 사회적 진실을 알게 되었고, 이번에는 좌익 파시즘에 빠져들었다. 일체의 반항을 용납하지 말고, 승리를 향한 진군만을 외치던 학생 운동 선두에 나는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식의 학생 운동은 점점 고립되어 갔고, 정예화된 소수만을 남기게 되었고, 나는 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교사로 발령받아 교단에 선 나는 하나된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학급을 내가 옳다고 믿었던 하나의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수업 방식도 잘 통제된 강의식 수업을 즐겼고, 세상 모든 문제는 단 하나만의 정답을 가지고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나와 다른 의견을 틀린 의견으로 여기며 살아갔다. 이 때까지 나는 파시스트였다.

하지만 우습게도 좌익이건 우익이건 파시즘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게 된 계기는 군대였다. 교사 생활하다가 군대를 갔고, 집단주의가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모든 사람을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 세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느끼게 되었고, 집단과 별도로 존재하는 개인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물론 군대 제대하기 전까지 그런 생각을 실천할 수는 없었다.

군대를 마친 후 복직하여 선 교단에서 전과 다른 고민들을 하게 되었다.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수업에 녹여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고,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이게 되었다. 이 당시의 나는 자유로와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 동안 학교에서 상당히 튀는 교사가 되어버렸다. 복장도 일부러 자유롭고 편한 복장만 고집했고, 방학 동안 진행하던 보충수업에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기도 했고, 머리 염색을 싫어했음에도 앞머리를 흰색으로 부분염색하고 출근했다가 교장실에 불려가기도 하였다. 하지만 고정관념에서 집단주의에서 자유로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나는 자유롭지 못했다. 행복하지 않았다.

나는 왜 즐겁게 살지 못할까란 생각에 빠져 있던 시기에 하루끼를 읽었다. 하루끼의 세계는 즐거워 보였다. 나도 그 때부터 조금씩 몸에 힘을 뺄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다 풀린 건 아니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흠 독서 감상이 자서전이 되어버렸다. 이거 내놓기가 조금 창피하기도 하다. 하지만 다시 쓸 의욕은 없으니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글 그냥 마친다.

덧 : 다음 도서로 가난함을 즐기는 가난뱅이 전문가 마쓰모토 하지메의 책 ‘가난뱅이의 역습’을 추천합니다.

by 루디안 | 2009/05/08 10:29 | 독서 | 트랙백
1년동안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들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1년동안 책읽고 수다떠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책과 이야기들이 많이 오가는 자리였습니다. 그 동안 읽었던 책들을 다른 분들께도 소개해 드리고자 못 쓰는 글이나마 몇 자 적습니다. 아래 내용은 제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1.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 정혜신, 김동광, 한홍구, 박노자, 김두식, 김형적, 정희진, 프라플 비드와이 지음

  공개 강연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강연 모음집입니다.

  말이라는 것이 가지는 힘이 상당히 큽니다. 어렴풋하게 생각하고 있던 내용도 말로 한 번 표현되면, 확고한 결심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지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말하고 듣는 많은 말들의 진실과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들에 들어 있는 허위와 편견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교사들이라면 한 번 읽어 보면서 생각해야 할 꺼리가 많더군요.


2. 책상은 책상이다.

   - 페터 빅셀

  스위스 태생의 소설가인 페터 빅셀의 단편 모음집니다.

  일반적인 사회 생활에서 소외당한, 혹은 스스로를 소외시킨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지식을 위한 지식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분량도 많지 않아 가볍게 읽기 좋은 책입니다.


3. 공중 그네

   - 오쿠다 히데오

  제가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단편집입니다. ‘많이’ 특이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간호사 마유미, 그리고 환자들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소설입니다. 읽을 때에는 가벼운데 읽고 나면 무거워질 수도 있는 책이지만, 그냥 가볍게 강박 관념에 빠진 인물들의 우스꽝스런 모습과 그 사람들과 어울리며 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의학박사 이라부의 기행을 보며 웃음만 지어도 괜찮은 책입니다. 연작 소설집으로 ‘In the Pool'과 ’면장 선거‘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In the Pool'이 가장 재미있더군요.


4. 나는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

   -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 씨가 쓴 사랑에 관한 치유 에세이입니다. 그 동안의 정신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을 하려면 먼저 자기 내부를 들여다 볼 것을 권하는 책입니다. 자신의 문제를 치료하면 다른 사람을,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와 영화, 책 등과 연결하여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읽다 보면 아련하게 예전 사랑에 빠진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독서치료를 위한 추천도서이기도 합니다.


5.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책을 쓴 빌 브라이슨의 유럽 여행기입니다. 가는 여행지마다 투덜대고, 발칙한 어투로 비꼬아 대지만 결국 그 곳을 가고 싶게 만드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해 주는 책입니다. 북유럽, 서유럽, 동유럽까지 곳곳을 다니며 불평을 하지만 훈훈한 느낌을 주는 빌 브라이슨의 입담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유럽 역사나 문화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으면 더 즐거울 책입니다.


6. 신도 버린 사람들

   - 나렌드라 자다브

  이 책을 쓴 나렌드라 자다브는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지내고, 인도 최고의 대학인 푸센대학 총장을 맡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인도의 카스트라는 신분 제도는 유명하지만 그 카스트에도 끼어주지 않는 ‘불가촉 천민 - 달리트’ 출신인 나렌드라 자다브는 아버지의 교육과 사회를 바꾸기 위한 노력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아들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으며, 교육에 대한 열정과 사회 운동이 사회적, 경제적 천민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책입니다. 더불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간디의 다른 면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7. 사이버리아드

   - 구스타프 램

  1960년대 말에 쓰여진 SF 소설입니다. 제 취향에 딱 들어맞는 책이라 추천했다가 다른 선생님들을 고생시켰죠. 미래 언젠가를 배경으로 로봇들이 사람처럼 움직이는 사회에서 로봇을 통해 우리 인간을 풍자하고, 신과 세계, 이상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외국에서는 유명한 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야 비로소 번역되어 출판된 책입니다. 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읽기 고생스럽다는 선생님들도 많았으니 읽어보시고 싶으신 분은 한 번 더 고민해 보세요.


8. 파도

   - 토드 스트라처

  초록불 님 소개로 읽게 된 책이죠. 미국 역사 교사가 학교에서 행한 실제 수업이 일으킨 파장을 소설로 쓴 책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쉽게 집단 의식에 휘말릴 수 있는지 보여주며, 히틀러 같은 독재자가 다시 등장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집단 의식이 보여주는 광기와 그 광기 속에서 무리와 다른 생각을 하는 학생들을 통해 나찌 시대의 독일을 재현하는 소설이죠. 독일에서는 학교 교재로 쓰이기도 했다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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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디안 | 2009/03/13 16:32 | 독서 | 트랙백